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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직후, 극우 성향 단체들의 반중(反中)·혐중(嫌中) 시위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10년 전 일본의 ‘혐한(嫌韓) 시위’를 비판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한데, 이번엔 우리가 혐오의 주체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차이나 아웃” 외치는 거리…혐오 넘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실전트레이딩 1번가
체가 지난달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을 겨냥한 반대 집회는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23일 밤,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앞. 보수단체 ‘민초결사대’ 릴게임황금성오션바다
회원 등 1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시청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중국 공산당은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며 “차이나 아웃(China Out)”을 외쳤다. 28일에도 서울역 광장 일대에서는 ‘천멸중공’(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가 열렸다.

중국인 관광객을 직접 겨냥한 해외채권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반중(反中)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인 관광객 3000만명 무비자 반대’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오늘부터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돼 3000만명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는데 체류지조차 적지 않는다”며 “정부는 수많은 중국인을 어떻게 관리하려고 하나”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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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통계에 따르면 2022년 20건, 2023년 15건, 2024년 13건 수준이던 명동 일대 혐중 집회는 2025년 10월 현재 65건으로 지난해의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열린 ‘반중·혐중 집회’는 최소 110건으로 추산된다.

범죄율 ‘과장’…중국인 전체를 낙인찍는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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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학 정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반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중 시위대는 ‘중국인 범죄 급증’을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다. 실제 최근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 태국에서 검거된 사기 조직 총책, 경기 지역 살인 사건 등 일부 중국 국적 피의자가 포함된 강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내용을 보여준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국적자의 체류 인구 대비 범죄율은 1.04%로 우즈베키스탄(1.37%)보다 낮다. 강력 범죄 비율도 23% 수준으로 몽골(28%)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부 사건을 근거로 전체 중국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이민자·체류 외국인이 늘면 범죄도 절대 수치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혐한시위가 흔했던 일본은 혐오 시위 억제 장치를 법제화하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일본 도심을 휩쓴 혐한 시위에 맞서 시민들이 ‘맞불 집회’로 대응했고, 여론이 움직이자 2016년 국회에서 ‘헤이트스피치 억제법’이 제정됐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 등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 및 시위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법원은 혐오 발언을 한 우익 인사에게 잇따라 손해배상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올해 열린 반한 거리 시위는 거의 없거나 1~2건 미만으로 파악된다.

지자체 차원의 대응도 있었다. 가와사키시는 2019년 ‘차별 없는 인권 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를 시행해 혐오 발언 중단 명령 불이행 시 최대 50만 엔(약 450만 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형사처벌의 근거를 마련했다. 조례 제정 뒤 가와사키시 내 혐한·혐중·차별 집회가 실질적으로 급감했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비록 국가 차원의 직접적 처벌법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외면하던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행보라는 평가다.

“현 정부가 마구잡이 입국 허용”…왜곡된 사실 퍼져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 주재하는 한덕수 총리 (사진=총리실)



국내 혐중 시위에는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부 극우 단체가 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반중 정서를 활용하고, 여기에 야당 일부 인사들이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안보·범죄 위험’으로 과장하며 불안감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반중 시위대는 현 정부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여과 없이 들어온다고 비난하지만 사실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정책은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이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자, 윤석열 정부는 내수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상호 조치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중 하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시범시행을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3월에는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정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무조건 혐중 우려…“국익에 도움 안돼”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롯데백화점 면세점에 도착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중국대사관은 2일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반중 시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 소수 세력이 반중 시위를 벌이는 데 대해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의 엄정한 입장 표명’ 글에서는 “한국의 개별 정치인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일부 극우 단체가 중국 관광객이 모이는 서울 명동, 대림동 등에서 반중 시위를 종종 벌이는 것을 주목했다”며 “중한 양측은 모두 이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만약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꺼리게 된다면, 관광·소비 시장은 물론 양국 외교 관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373만명으로 일본(230만명), 대만(125만명), 미국(97만명), 홍콩(42만명)을 넘어섰다.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조치가 시행되면서 방한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관광객은 인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소비액도 주요 관광객 가운데 가장 높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1인 평균 지출 경비는 1622달러(약 228만 3000원)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싱가포르(1546달러·약 217만 6000원), 말레이시아(1377달러·약 194만 원), 베트남(1311달러·약 184만 7000원), 대만(1266달러·약 178만 2000원), 태국(1133달러·약 159만 4000원), 필리핀(1101달러·약 155만 1000원), 일본(807달러·약 113만 6000원)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방한 관광시장에서 가장 큰 소비력을 가진 상황에서 이들을 적대시하는 행위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해외 관광객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중단되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제10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관광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장 힘 있는 다리”라며 “특정 문화와 종교, 국가에 대한 혐오와 과격한 시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상 (terry@edaily.co.kr)